블로그/크리에이터 마케팅· 4분 소요

마이크로·매크로·셀럽, 티어마다 실제로 얻는 것

작성자

최용석

티어 배분 이야기는 금방 취향 문제로 흘러갑니다. 도달이 중요하냐, 진정성이 중요하냐를 놓고 다툽니다. 하지만 이건 둘 중 무엇을 고르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순서 문제입니다. 티어마다 브랜드에 남겨 주는 것이 다릅니다. 콘텐츠 물량이냐, 바이어에게 보여줄 근거냐, 브랜드의 급이냐. 그리고 이 셋이 필요해지는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마이크로: 몇 개가 망해도 괜찮아집니다

어떤 영상이 터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시딩은 한 방을 노리는 게임이 아닙니다. 여러 개를 동시에 굴려 놓고 그중 하나가 걸리기를 기다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마이크로 크리에이터를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판을 충분히 크게 벌려야 그 안에 대박이 들어올 자리가 생깁니다. 덤도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콘텐츠는 나중에 유료 광고 소재로 다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팔로워가 적은 크리에이터일수록 팔로워와의 관계가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런 크리에이터가 제품을 소개하면 일반적인 광고보다는 아는 사람이 직접 사용해 보고 추천해 주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다 보니 어필리에이트 링크를 걸면 실제 구매까지 가는 비율도 높습니다.

따뜻한 코랄톤으로 촬영된 관련 장면

대신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게시물 하나만 떼어 놓고 보면 성적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 캠페인을 조회수 순으로 줄 세워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면 거의 틀립니다. 개별 성적이 아니라 백 건, 삼백 건을 모아 놓았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오는지를 봐야 합니다.

매크로: 팔로워 밖의 사람들이 봅니다

매크로 크리에이터가 올린 게시물은 팔로워가 아닌 사람들 눈에도 들어옵니다. 리테일 바이어가 보고, 유통사가 보고, 이 캠페인이 실제로 돌아간다는 걸 사내에 증명해야 하는 담당자가 봅니다. 출시일이 이미 박혀 있어서 그 전에 도달을 끌어올려야 할 때도 매크로가 답입니다.

피치빛 공간에서 코랄색 제품을 다루는 장면

문제는 돈입니다. 게시물 한 건 단가가 높습니다. 게다가 팔로워 한 명당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대개 마이크로보다 낮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크로부터 태우면, 정작 보여줄 것이 없는데 눈에 띄는 값만 먼저 치르는 셈입니다.

셀럽: 브랜드의 급을 한 번 바꿉니다

셀럽이나 최상위 크리에이터를 쓴다고 그 주 매출이 확 뛰지는 않습니다. 대신 시장이 이 브랜드를 어느 급으로 보느냐가 달라집니다. 바이어나 파트너를 만날 때 꺼내는 카드에 가깝습니다.

테라코타 배경에 크기순으로 놓인 코랄색 제품들

단점은 분명합니다. 쓰고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 콘텐츠가 이후에도 계속 일해 주는 경우는 드물고, 두 번째로 집행할 때도 비용은 처음과 똑같습니다. 그래서 셀럽은 계속 돌리는 채널이 아니라, 목적이 분명할 때 한 번 쓰는 항목으로 잡습니다.

배분을 정하는 건 예산 크기가 아니라 지금 어느 단계인가입니다

아직 증명한 것이 없다면 예산은 거의 전부 마이크로로 갑니다. 이 단계에 필요한 것은 콘텐츠 물량과 자연스럽게 쌓인 반응인데, 그걸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마이크로뿐입니다. 판매 데이터가 쌓이고 이야기가 리테일 입점으로 넘어가면 그때부터 매크로가 제 몫을 합니다. 그 게시물을 보는 사람 중에 바이어가 섞이기 시작합니다. 셀럽은 열어야 할 문이 딱 정해졌을 때 들어옵니다.

휴대폰을 확인하는 여성과 옆에 놓인 코랄색 제품

가장 흔한 실패는 이 순서를 정확히 거꾸로 갑니다. 셀럽으로 화려하게 열고, 도달이 모자라니 매크로를 붙이고, 마이크로는 맨 마지막입니다. 제일 비싼 항목을 먼저 태웠으니 정작 증거를 만들 단계에 도착하면 남은 돈이 가장 적습니다.

마이크로는 규모가 받쳐 줘야 돌아갑니다

미국 뷰티에서는 분기당 네 자리 수, 그러니까 1,000명 단위로 시딩하는 것이 기준선입니다. SKIN1004 캠페인 한 건에서는 크리에이터 313명이 실제로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50명짜리 마이크로 배분은 이걸 작게 줄인 버전이 아닙니다. 50명을 보내면 대박 하나가 걸릴 자리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름만 같을 뿐 다른 프로그램입니다.

테라코타 테이블 위로 코랄색 제품을 주고받는 두 손

함께 읽기: 크리에이터 계약서 필수 조항 · 100명으로는 부족한 이유 · 시딩의 진짜 비용

작성자

최용석

CBO

BAZZAAL CBO.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15년 넘게 제로투원 실행을 맡아 왔고, 지금은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에서 미국에 진출하는 K-뷰티 브랜드의 성장을 이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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