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티·후다·글로우레시피는 왜 똑같은 아이패치 통을 냈을까?

작성자
최용석

9월 셋째 주, 펜티 스킨·글로우레시피·후다 뷰티·비타마스크가 거의 같은 아이패치를 연달아 예고했습니다. 뚜껑을 돌리면 하이드로겔 패치가 한 장씩 잘려 나오는 동그란 통입니다. 이 통은 한국 용기사 삼화의 카탈로그 제품이었고, 한국 브랜드 원더바스는 7월부터 이미 팔고 있었습니다. 9월 25일에는 버거킹까지 허니머스터드 통으로 같은 장면을 따라 했습니다.
세 줄 요약
통은 삼화의 공용 금형 제품이라 MOQ 5,000개면 누구나 살 수 있었습니다. 독점을 받은 브랜드는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낸 곳은 한국의 원더바스였지만, 미국 소비자는 이 형태를 펜티·글로우레시피·후다 제품으로 기억합니다.
한국 브랜드가 새 용기를 쓰기 전에 확인할 것 5가지를 글 끝에 정리했습니다.
아이패치 통 해프닝, 무슨 일이 있었나?
엿새 동안 벌어진 일을 날짜순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9월 17일 펜티의 PR 대행사가 새 아이패치를 「first of its kind」로 소개
9월 18일 글로우레시피가 같은 형태의 제품 발표
9월 20일 크리에이터들이 글로우레시피 통 언박싱
9월 21일 후다 뷰티 제품이 크리에이터 영상으로 먼저 공개. 같은 날 저녁 펜티는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맨을 가리키는」 밈, 글로우레시피는 「This is fine」 밈으로 대응
9월 22일 비타마스크도 같은 통 예고
9월 23일 후다 뷰티가 통들이 소파에 나란히 앉은 「다큐멘터리」 패러디 애니메이션 게시, 조회수 690만 회(BoF 집계)
그 사이 후다 뷰티 창업자 후다 카탄은 인스타그램 댓글에 「같은 패키징 공급사에 다 같이 당했다」, 「독점이라는 말은 거짓이었다」고 썼습니다. 불씨는 여기서 커졌습니다.


펜티 스킨은 9월 21일 이 상황을 스파이더맨 밈으로 받아쳤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이 통은 어디서 나왔나?
경기 의왕의 용기 제조사 삼화입니다. Marie Claire가 한국 3대 패키징사로 꼽은 곳입니다. 2025년 9월에는 KKR이 약 7,330억 원에 지분 100%를 인수했습니다(매일경제).
문제의 통은 미국 패키징 마켓플레이스 Impacked에 공개 등재돼 있습니다. 조건은 MOQ 5,000개, 리드타임 6주, 생산지 의왕. 뚜껑을 한 번 돌리면 패치 한 장이 잘려 나옵니다.
Impacked 대표는 BoF에 이 통이 공용 금형 제품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통이 다른 브랜드에서 또 나와도 그건 브랜드 몫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해프닝의 주인공은 미국 패키징 마켓플레이스에 공개 등재된 상품이었습니다. MOQ 등 상세 사양은 무료 가입 뒤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 Impacked
삼화 미국 영업 책임자 빈센트 매카시(Vincent McCarthy)는 이 통을 「10년에 한 번 나올 혁신」이라고 불렀습니다. 2025년 10월 한국 브랜드에 먼저 제안했고, 2025년 말부터 2026년 초까지 LA와 뉴욕을 돌았다고 합니다.
반응은 어디서나 같았습니다. 「당장 갖고 싶다. 언제 나오나? 발주서 여기 있다.」
독점을 약속받은 브랜드가 있었나?
여기서 말이 갈립니다.
후다 카탄: 거짓말을 들었다.
삼화 매카시: 독점을 준 브랜드는 없다. 후다·펜티·글로우레시피 모두 물어봤지만 줄 수 없었다(BoF).
글로우레시피 공동대표: 누가 당한 게 아니라 다들 멋진 혁신에 들떴던 것(BeautyMatter).
제품 개발 컨설턴트: 독점은 애초에 제안되지 않았을 것. 있었다면 주문 단위가 수십만 개가 아니라 수백만 개였을 것.
비슷한 일을 겪은 창업자도 있습니다. 헤어 브랜드 세레모니아 창업자는 드라이샴푸 퍼프 용기에 2년 독점을 조건으로 금형비와 독점료를 넉넉히 치렀습니다. 그런데 같은 달 다른 브랜드가 같은 용기로 제품을 냈다고 합니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저희가 가릴 수 없습니다. 기록으로 확인되는 건 세 가지뿐입니다. 통은 공개 카탈로그에 있었고, MOQ는 5,000개였고, 가장 원했던 브랜드들도 주문은 수십만 개 단위였습니다.
왜 한국 브랜드가 가장 먼저 냈을까?
가장 먼저 판 곳은 코스닥 상장사 씨에스에이코스믹의 브랜드 원더바스입니다. 공식몰에 「NEW! SLICE SERUM」 출시 공지가 올라온 날은 2026년 7월 16일. 미국 브랜드들보다 두 달 빨랐습니다.
매카시가 꼽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원더바스는 삼화와 커스텀 버전을 함께 만들어 개발 기간을 줄였고, 국내 회사라 배송도 빨랐습니다. 한국 공급망이 제대로 돌아간 사례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원더바스 패치는 한국에서만 팔았고, 미국 소비자 대부분은 이 형태를 펜티·글로우레시피·후다 제품으로 처음 봤습니다. 원더바스는 펜티 밈에 「시장엔 모두의 자리가 있다」고 여유 있게 답했지만, 먼저 냈다는 사실은 미국에 남지 않았습니다.
국내도 조용했습니다.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이 해프닝을 다룬 국내 기사는 찾지 못했습니다. 밈이 가장 뜨거울 때가 추석 연휴 직전이었습니다. 씨에스에이코스믹 주가는 펜티 밈 전날인 9월 21일 7.5% 올랐다가 이후 이틀 연속 내렸습니다.
밈의 승자는 누구였나?
정작 이 통을 쓰지 않은 브랜드들입니다.
트리헛(9월 22일): 「저희가 만든 적 없는 트리헛 아이패치를 소개합니다」, 좋아요 17,560개
라네즈 캐나다: 「괜찮다면 저희도 아이패치 하나 내도 될까요」, 좋아요 15,853개
부시밤·마크앤서니 헤어케어(9월 23일): 뒤이어 합류

트리헛은 9월 22일 「만든 적 없는」 제품으로 합류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가장 영리했던 건 한국 브랜드였습니다. 라네즈 미국 계정은 「같은 금형에서 갓 썰었다고? 귀엽네」로 시작해, 같은 캡션 안에서 「세럼을 듬뿍 머금었다고? 그럼 얘기가 달라지지」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리고 곧장 자사 하이드로겔 패치로 넘어갔습니다.
남의 공급망 얘기를 우리 제형 얘기로 바꾼 겁니다.

라네즈 미국 계정은 농담을 자사 패치 홍보로 연결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조선미녀는 23일 통을 아예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알록달록한 통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조선미녀 통이 모퉁이에서 빼꼼 내다보는 만화. 캡션은 「다들 통 얘기뿐이네요. 저희는 안에 든 걸 보여 드릴게요」. 좋아요 31,017개로, 저희가 집계한 밈 게시물 중 가장 많았습니다.

조선미녀는 통 대신 제형을 가리켰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농담은 뷰티 밖으로도 번졌습니다. 25일 버거킹이 허니머스터드 통을 같은 구도로 올리고 「you guys too? omg」라고 썼습니다. 좋아요 25,771개.
몇 시간 뒤 질레트도 「BLADE-THIN SLICES. OBVIOUSLY.」 문구와 함께 「갓 썬 면도 패치」 통을 올리며 「Well this is awkward」라고 적었습니다.
햄버거 체인과 면도기 브랜드까지 같은 구도를 빌려 쓰자, 이 형식은 더 이상 어느 뷰티 브랜드의 것도 아니게 됐습니다.


9월 25일 버거킹의 허니머스터드 통.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같은 날 올라온 질레트의 면도 패치.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한국 브랜드는 새 용기 형태를 쓰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한국 용기사는 이제 글로벌 신제품의 출발점입니다. 다만 그 카탈로그는 미국에서 경쟁하는 모든 브랜드에 똑같이 열려 있습니다. 기회이면서 위험입니다.
패키징 컨설턴트가 BeautyMatter에 제시한 질문을 바탕으로,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브랜드 기준으로 다섯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누가 또 쓸 수 있는지부터 묻습니다. 공개 카탈로그 용기라면 더 큰 브랜드도 6주면 같은 걸 손에 넣습니다.
2. 전 세계 독점 대신 범위를 좁혀 협상합니다. 국가, 카테고리, 채널, 구성, 기간 단위로 쪼갤 수 있습니다. 미국 한정, 아마존 한정 같은 조건은 전 세계 독점보다 훨씬 싸게 걸립니다.
3. 용기를 조금이라도 바꿉니다. 원더바스가 가장 먼저 낼 수 있었던 것도 커스텀 버전 덕분이었습니다. 입구, 1회 토출량, 마감만 바꿔도 나란히 찍은 사진에서 우리 통이 구분됩니다.
4. 미국 출시 시점을 계약 조건처럼 챙깁니다. 한국에서 먼저 냈다는 사실은 미국에서 원더바스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형태가 핵심 무기라면, 미국 소비자가 그 형태를 세포라 입점 브랜드보다 우리 브랜드에서 먼저 보게 해야 합니다.
5. 제형을 이야기의 중심에 둡니다. 글로우레시피가 최근 영상에 쓴 문구 그대로입니다. 「관심은 패키지가 끌지만, 이야기는 제형이 한다.」
라네즈와 조선미녀는 게시물 하나로 이걸 해냈습니다. 제형 이야기는 크리에이터가 대신 퍼뜨려 주지만, 통 이야기는 목소리 큰 쪽이 가져갑니다.
BAZZAAL은 LA에서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브랜드와 일합니다. 그래서 이번 일이 양쪽에서 다 보였습니다. 한국에서 나온 혁신은 LA와 뉴욕을 빠르게 돌고, 미국 시장은 먼저 보여 준 쪽의 손을 들어 줍니다.
새 용기 형태로 미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면 저희 팀과 이야기해 보세요.
출처: The Business of Fashion, 「How Beauty Can Avoid Accidental Copycats」(Liz Flora, 2026년 9월 25일); BeautyMatter(Sara Spruch-Feiner, 2026년 9월 23일); Marie Claire(Tanya Akim, 2026년 9월 24일); ELLE(2026년 9월 23일); BuzzFeed(2026년 9월); Impacked 상품 페이지 SEP-F100M-01-A-IP(2026년 9월 27일 열람); 매일경제(2025년 9월 4일); 원더바스 공식몰(2026년 7월 16일); 네이버 금융 씨에스에이코스믹(083660) 일별 시세(2026년 9월 27일 열람); @fentyskin·@treehut·@laneige_us·@laneigeca·@beautyofjoseon_official·@bushbalm·@marcanthonyhaircare·@burgerking·@gillette 인스타그램 게시물(좋아요는 2026년 9월 27일 기준).
함께 읽기: Sephora의 틱톡샵 진출, K-뷰티에는 어떤 의미일까 · 미국 틱톡샵의 K-뷰티 데이터 · 서울 팝업은 가장 싼 미국 크리에이티브 테스트

작성자
최용석
CBO
BAZZAAL CBO.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15년 넘게 제로투원 실행을 맡아 왔고, 지금은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에서 미국에 진출하는 K-뷰티 브랜드의 성장을 이끕니다.
링크드인 프로필 보기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십니까?
BAZZAAL은 미국에 진출하는 K-뷰티 브랜드의 크리에이터 시딩과 틱톡샵, 페이드 캠페인을 로스앤젤레스에서 운영합니다. 일하는 방식은 한국 회사 그대로입니다.
STATESIDE 구독하기
LA 현지 팀이 매주 보내는 미국 K-뷰티 인텔리전스.




